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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문장력 특강

endlesslove 2018. 9. 3. 17:21

필사 문장력 특강

 

 

 

출판사: 북바이북

저자: 김민영, 이진희, 김제희, 권정희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도 사실은 글을 못 쓰기 때문에 안 쓰다 보니 전혀 글을 안 쓰게 되었는지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면 글을 잘 쓰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마음 일 것이다. 그런데 글을 잘 쓰는 것은 어렵다. 너무 어렵다. 잘 늘지도 않는다. 글쓰기에 대한 책만 집에 수십 권이나 있다. 수십 권을 읽어도 늘지 않는 글쓰기. 이제 다른 종류의 글쓰기 책을 읽게 되었다.

 

 

  이번에는 필사에 대한 책이다. 필사가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작가 지망생들 중에 많은 분들이 김승옥 선생의 무진기행을 읽고 필사한다는 말을 들었다. 서양 사람들도 필사로 글쓰기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모세오경을 필사하며 모세의 웅장한 필체를 배우고자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필사를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은지? 나에게 맞는 책은 어떤 책인지? 안 그래도 무진장 바쁜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제는 책 펴고 노트에 베껴 쓰기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필사라는 제목이 들어간 책이 있어서 얼른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산뜻한 탄산수를 마신 것 같다. 영양분이 많이 있거나 갈증을 풀어주는 종류의 책은 아니고 나처럼 무작정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의 답답한 가슴을 풀어주는 청량음료 같다. 필사를 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으니 제목에 맞는 임무를 완수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필사하기 좋은 책을 분야 별로 소개해 주고 있어서 책 고르는 염려도 사라지게 해 주었다.

 

 

  작가가 아니어도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분이나 블로그에 아무 글이라도 쓰고 싶은 분들은 이 책을 읽고 도전받아 필사를 시작하면 좋을 듯하다.

 

  1장에서는 필사가 최고의 문장력 훈련 이라고 강하게 강조한다. 먼저는 나쁜 습관과 결별을 말한다. 글쓰기를 할 때 비문을 만드는 나쁜 습관들을 없애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 각자의 습관과 싸우며 좀 더 잘 읽히는 문장을 꿈꾼다. 꾸준히 쓰다 보면 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도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이때 필사는 묵은 습관을 해결하는 처방전이 된다. 글쓰기 왕초보에게도, 숙련자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연습이다. ‘필사라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한 권을 베끼거나 성경을 옮겨 적는 과정을 떠올린다. 하지만 문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필사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명문을 선정해야 하고, 장점을 분석해야 하고, 내 글로 전환해서 쓸 수 있어야 하기에 좁은 범위명확한 장점이 필사의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문장력 향상을 위한 필사 연습에서 명문은 닮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자 우리의 낡은 습관을 보게 하는 대형 거울이다. 빼고 더할 것 없는 명문장을 필사하다 보면 오랜 습관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줄치며 공부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내 문장의 약점, 명문의 장점을 인식할 수 있다. 명문장에 이르려면 어떤 습관을 고쳐야 하는지 깨닫는다. 바로 필사 최고의 소득 중에 하나다.”

 

두 번째로 필사는 관찰력을 높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필사 후 많은 사람이 이제껏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한다. 많이 읽기보다,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필사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또한 저자는 결국 문장력이라는 것은 연습의 결과이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고 말한다. “필사의 목표는 문장력이다. 자신의 문장력을 탓하고, 글쓰기를 재능의 문제로 치부한 독자라면 이제부터 시작해 보자. 문장력은 8할의 훈련과 연습의 결과라는 사실을 명문 분석과 필사, 작문에 이르는 길 위에서 절감할 것이다.”

 

 

  세 번째로 필사는 정독 중에 정독이라고 한다. “정독은 다독이나 속독과 달리 낱말의 뜻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자세히 읽는 과정이다. 정독하고 싶다면 일종의 장치가 필요하다. 책을 읽고 독서 토론을 하거나 발췌, 독후감, 서평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책을 정독하게 되는데, 정독 중의 정독은 바로 필사다.”

 

  네 번째로 필사는 몰입이라고 말한다. “필사는 명상처럼 의식적인 몰입을 요한다. 집중하지 않고 필사를 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필사할 때 문장에 몰입하면 저자의 문체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게 된다. 위대한 작가들은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수없이 고치기를 반복한다. 명문장을 필사하고 문체를 분석하면 글쓰기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명상을 하면 호흡이 안정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데 필사도 마찬가지이다. 감흥을 느끼는 문장을 필사하면 읽기만 했을 때와는 달리 새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읽기와 필사의 차이는 숨쉬기와 명상의 차이처럼 간극이 크다.”

 

  다섯째로 그러면 필사를 얼마큼씩 해야 하는가? 저자는 다섯줄이면 충분하고 말한다. “한 권의 책이 모두 좋은 문장으로 쓰이지 않는다. 정체를 필사한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중간에 포기하기도 쉽다. 명문장을 구사하는 작가의 작품 중에 좋은 문장을 선별하여 다섯 줄 정도 베껴 쓰면 좋다. 문장력 강화를 위한 필사는 일종의 훈련이다. 하루 아침에 문장력이 향상되는 기적은 없다. 매일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조금씩 연습해야 한다.”

 

 

 

  2부에서는 필사 클리닉이다. 먼저는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할까? 라는 질문에 답한다. “첫 문단은 첫 인상이다. 서랍 속에 감추거나 웹상에 비공개로 설정해둔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나 읽히는 글을 원한다. 첫 문장 쓰기의 두려움이 발생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글을 쓰다 보면 무의식중에 관심 받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댄다. 누군가 읽겠지, 좋아했으면 좋겠어, 잘 썼다고 칭찬받으면 더 좋겠는데라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지기 쉽지 않다. 글을 쓰는 이 모두 품는 인정욕구. 물론 여러 글쓰기 책은 이 강박에서 벗어나라 조언한다.”

 

  두 번째는 문장이 장황하다는 질문에 답한다. “문장이 장황하면 지루하기 일쑤다. 아무리 좋은 문장도 늘어지면 속도감이 나지 않아 따분하다. 자신의 문체가 장황하다면 문자으이 주성분인 주어, 서술어, 목적어, 보어만으로 글을 쓰는 훈련을 해본다. 되도록 부사나 관형어를 덜 사용하고 감탄사 같은 독립어도 생략해 써 본다. 자꾸 부연 설명하거나 반복적인 수식어가 많으면 문장이 복잡해 긴장감이 떨어진다.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던 소설가 김훈은 형용사나 부사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신문 기사처럼 쓸 말만 쓰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해도 감동이 있다. 문장을 절제하는 힘은 작품의 매력이다.”

 

세 번째는 동어 반복이 심한 문제이다. “동어 반복은 초보자가 가장 하기쉬운 실수다. 중복된 단어는 글을 늘어지게 만들고 가독성을 떨어뜨린다. 글에도 속도가 있는데 가능한 최단거리를 만드는게 중요하다. 지루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는 독자는 흔치 않다. 글을 쓸 때 예리한 감각은 필수다. 겹치는 어휘, 불필요한 접속어, 중복 표현, 애매한 지시어, 반복되는 조사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요소를 문장에서 삭제해야 장황해지지 않는다. 이럴 때만 이 문장이 길이가 짧아져 가독성 좋은 글이 된다. 더 이상 지울 말이 없을 때까지 줄여보자.”

 

  네 번째로 어휘력이 부족한 문제이다. “어휘력이 떨어지는 글은 긴장감이 떨어지고 헐거워 보인다. 글에 힘도 없고, 개성도 들어나지 않아 밋밋하다. 탄력 있고 속도감 느끼게 쓰려면 풍부한 어휘력은 익혀야 할 기본기다. 글을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매력적인 글을 쓰고 싶다면 풍부한 어휘가 담긴 문장을 필하하면 좋다. 유시민은 정확한 어휘와 휼륭한 문장으로 된 책을 거듭거듭 읽기를 권했다. 그러한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 어휘, 문장, 서로 어울리는 단어들을 인식하게 된다. 어휘력을 늘리려면 표현력이 풍부한 문학 필사가 최고다.”

 

  다섯 번째로 논리가 부족한 점을 이야기 한다. “논리가 부족하다는 말은 인과 관계에 다소 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인과 결과 관계를 예민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다. 이런 고민을 앓고 있는 이 중 문학이나 에세이 애호가가 엿보이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모두가 그런 것이 아니나, 강력한 논리를 요구하는 글을 선호하지 않거나 그런 분야 책과 친하지 않은 독자일 확률이 높다.” 저자는 논리적인 책을 읽으면서 연습할 것을 권한다.

 

  여섯 번째로 정확하게 읽히는 글쓰기이다. “글쓰기 초보자의 경우 자신의 글이 어떻게 읽힐지 고민하게 된다. 성향, 경험, 수준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형편없게 보이 면’ ‘틀린 부분이 틀키면’ ‘다른 뜻으로 읽히면일라는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던 경험이 있다면 더욱 편치 않다. 어떻게 하면 정확히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을까? 독자는 좀 더 쉽게 자기 기준에서잘 이해하고 싶어 한다.

 

 

단숨에 읽었다라는 흔한 표현은 철저히 독자 한 명의 기준에서 이루어진 평이다. 자신의 지식 체계, 감정 층위에 부딪히는 바 없이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글이었기에 반갑고, 가독성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가 원하는 대로 정확히 읽어나갔는지는 미지수다. 필자와 독자 사이의 간격은 오랜 대화, 토론 끝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문제다. 실은 글쓴이 또한 의도치 않게 쓴 표현 앞에서 난감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평소에 책을 읽다가 감동받은 문장, 표현법, 작품을 기록하고 관찰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일곱 번째 자연스럽고 쉬운 글을 어떻게 쓰냐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아무리 중요한 내용을 다룬다 해도 읽히지 않는다면 생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가독성이 작품성이나 인기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 쓴 글의 주요 기준점은 될 수 있다. 그런 글부터 모아 읽어보면 어떨까. 오랜 시간 꾸준히 읽히며, 신뢰받는 자연스러운 글의 흐름과 유형과 방향을 살펴보기. 이는 자연스러운 글쓰기로 가는 친절한 길이다.”

 

  여덟 번째는 명쾌한 글쓰기이다. 저자는 신문을 필사하라고 조언한다. “명쾌한 글을 쓰고 싶다면 신문 필사를 추천한다. 신문은 논리적인 글이 담겨 있는 매체다. 신문 기사는 기자가 사실만을 담아 이해하기 쉽게 쓴 글이다. 기사는 정확한 내용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기자들의 글쓰기를 눈여겨보는 것도 명퇘한 글쓰기 방법 중 하나다.”

 

 

  3장과 4장에서는 분야별 필사법과 필사 코칭이 실제 기록할 수 있는 연습장과 함께 실려 있다. 한 장 한 장 저자의 인도를 따라 쓰고 고쳐 가면서 배우면 단순히 베껴쓰는 필사가 아니라 문장을 분석하면서 필사하는 기본기를 배울 수 있다.

 

  이 책 덕분에 필사에 도전하게 되었다.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몰랐는데 일단 시작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학생들이 하루에 100개씩 영어단어를 외우듯이 하루에 수학 문제 하나씩을 풀듯이 하루에 한 문단씩 필사하며 문장을 생각하고 고쳐나간다. 가장 주요한 것은 시작하는데 있고 열매는 꾸준히 하는데서 거둘 수 있다.

  글쓰기를 시작하였으면 잘 써야 하고 잘 쓰려면 필사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왕 필사 할꺼면 복사기처럼 베껴 쓰지 말고 필사 방법을 배워서 시작해 보자. 뭐 워낙 뭐든지 혼자 잘하는 분들은 상관없지만 나같이 뭐든 느린 사람에게는 이런 책이 꼭 필요하다.

 

 

  무슨 대단한 작가가 될 것도 아니고, 글쓰기로 돈을 벌 것도 아닌데 글을 잘 쓰고 싶다. 혹시 아는가. 100년 뒤에 누군가 내가 쓴 글을 보고 감동을 받고 내 이름을 찾아보게 될지필사의 기본기가 가득한 이 책을 글쓰기를 시작하는 분들과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모든 분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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