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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알퐁소 도데의 단편소설 <별>

endlesslove 2018. 9. 4. 17:30

 

 

 

 

출판사: 책만드는집

저자: 알퐁스 도데

 

 

오늘 교보문고에서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집 을 샀다. 별이라는 책 표지를 보자마자 책을 들고 읽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 읽었던 소설인데. 세월이 이렇게 많이 지났는데 그 때 느낌이 아직도 있다는 것은 신비한 일이다.

책이 재미있어서도 아니고, 대단한 추억이 있어서도 아닌데 읽으면서 중학생이 된 것 같은 풋풋한 느낌은 먼지 모르겠다.

 

 

주인공은 뤼브롱산에서 양을 치는 목동이다. 양들에게 풀을 먹이는 기간 동안 마을에서 떨어진 산에 머물면서 양을 돌보고 있었다. 산에 있으면 만나는 사람은 가끔 길을 지나가는 수도사가 전부이다. 보름에 한 번씩 노라드 아주머니와 꼬마 미라로가 식량을 싣고 올라온다. 2주에 한 번 마을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지만 목동은 짝사랑하는 스테파네트 아가씨 소식 외에는 궁금한게 없었다.

 

가난한 양치기인 네가 그런 것을 알아서 무엇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것이다. 그때 나는 스무 살이었고,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그때까지 내가 본 여자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노라고

 

그러던 어느 일요일에 식량이 늦게 도착한 일이 있었다.”

 

점심 때 심한 비바람이 몰아쳐서 아마도 식량을 가지고 오지 못하나 보다하고 목동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노새 방울소리가 울리는 것이다. 식량을 가지고 온 사람은 꼬마 미아로도 아니고 노라드 아주머니도 아닌 바로 스테파네트 아가씨였다. 노라드는 아파서 앓아 누워있고, 노라드 아주머니는 휴가를 떠난 것이다.

 

 

가까이서 보지도 못하고 멀리서만 봐왔던 짝사랑하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목동에게 온 것이다.

 

아가씨는 내 방을 보고 싶어했다. 내 잠자리며, 짚 위에 양 모피를 깔아 놓은 마루, 벽에 걸려 있는 커다란 비옷, 지팡이, , 등을 보며 무척 즐거워했다. 이 모든 것이 아가씨에게는 신기하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어머! 여기서 혼자 산단 말이야? 항상 혼자일 텐데 얼마나 심심할까.. 주로 뭘하며 지내? 무슨 생각해?”

저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가씨.> 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사실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거짓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아가씨는 그것을 눈치 챘는지 일부러 짓궂은 농담에 당황해하는 내 모습을 재미있어 했다.”

 

아가씨는 잠깐 만에 그곳을 떠나 오솔길로 내려갔다. 그런데 저녁 때 누군가 목동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스테파네트 아가씨였다.

 

얼마 전에 내린 소나기로 불어난 강을 건너다가 물에 빠졌는지 아가씨는 추위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게다가 난감한 것은 이미 날이 저물고 어두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목동은 아가씨를 위해 모닥불을 피우고 몸을 말릴 수 있게 해주고 새로 깐 짚 위에 모피를 깔고 잠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은 문 밖에 나와 앉아 앉아서 날이 새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단지 신기한 눈초리로 아가씨를 쳐다보고 있는 양 떼들 바로 옆에서, 세상의 어느 양보다도 소중하고 순결한 아가씨가 내 보호를 받으며 편히 쉬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할 뿐이었다. 밤 하늘이 이렇게 깊고, 별들이 이토록 아름답게 빛나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았는지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모닥불가로 나와서 앉는 것이다. 그리고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그 때 마침 별똥별 하나가 지나갔다.

 

저건 뭐지

천국으로 가는 영혼이에요

 

때마침 별똥별이 지나가서 스테파네트가 질문을 한 것이다. 이 때부터 둘은 별을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목동은 별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어머 별들도 결혼을 해?”

그럼요

별들의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을 때, 어깨 위에 무엇인가 부드러운 것이 가볍게 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잠이 들어 무거워진 아가씨의 머리였다.”

나는 가슴이 좀 두근거렸지만, 아름다운 생각만을 보내준 이 맑은 밤의 성스러움 속에서 잠든 아가씨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별들은 양 떼와 같이 얌전하고 조용한 걸음을 재촉했다.

나는 생각했다. 이 별들 중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답게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고

 

 

이 소설은 언젠가, 누구나 한 번쯤 경험 했을 짝사랑의 설레임을 아름답고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목장, 양 울음소리, 여름 밤, 소나기, 밤하늘과 별, 모닥불 그리고 첫사랑 이런 단어들이 소설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짧은 소설이지만 아련한 그리움과 풋풋함으로 마음을 정화해주는 소설이다. 이 책에는 이렇게 간결함과 유쾌함을 주는 10편의 단편소설이 들어 있다. 삶에 지치고 찌들 때면 하루에 한편씩 알퐁스 도데의 소설을 읽으며 마음을 쉬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지친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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