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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없는 너에게

endlesslove 2018. 9. 3. 00:30

답 없는 너에게

 

 

 

 

 

출판사: 홍성사

저자: 손봉호

 

 

 

 

  교회세습과 도덕적 부패가 극에 달한 한국교회는 외부에서는 비난이 넘쳐나지만 정작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이런 한국교회를 향하여 쓴 소리를 하는 이 시대의 마지막 어른이 손봉호 선생님이 아닐까 생각한다. ‘종교인 세금 내야 합니다.’, ‘교회 세습하지 말아야 합니다.’ 라고 방송에서 말씀하시는 말을 들었다. 한국교회가 이 어른의 소리에 제발 귀를 기울이고 돌이켰으면 한다.

 

 

  손봉호 선생님은 실천하는 기독교 지성이고, 실천하는 기독교인이다. 이 어른께서 따듯한 말로 이 시대의 10대들을 위로하고 인생의 방향을 인도하는 글들을 적어주셨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10대일 때도 이런 글을 읽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였다.

 

어느 때보다도 젊은이들의 앞날이 힘겨운 시대이다. 그러니 당연히 십대들의 앞날은 더욱 어둡고 어렵다. 이런 십대들에게 보내는 이 사랑의 편지를 많은 청소년들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1장에서는 인간관계에 대하여 이야기가 주제이다. 그중에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우정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먼저는 우정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말한다. “친구 사이에 사랑을 우정이라고 한다. 취미나 관심사, 무언가를 좋아하는 취향이 같은 사람을 만나면 서로 자연스럽게 호감을 갖게 된다. 만남이 거듭되면 이 호감이 우정으로 발전하지. 그러니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이란 무엇보다도 공통의 관심사에서 싹트고 자라나는 나무와 같다.

 

 

여기에 서로 생각이 비슷하여 마음이 잘 맞거나, 자기 자신보다 친구를 더 배려하여 잘 대해주게 되면, 우정의 키가 급속도로 자라 가고 우정의 뿌리가 더욱 더 깊어진다.” 우정은 이렇게 시작되지만 절친이 되는 데는 조건이 있다고 한다. 물론 우정이 생기고 깊어지면 절친이 되지만 그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되는 데는 조건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유학생 시절 만났던 외국인 친구들과의 우정의 경험을 말하면서 이렇게 정리해 주고 있다. “지금 너희들에게도 단짝 친구들이 있겠지. 서로 같은 유치원을 다녔을 수도 있고, 수학여행이나 캠프, 동아리 활동 등을 함께하며 즐거웠던 추억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점점 더 자라 성인이 되고 나면 어린 시절의 공통된 경험 정도만으로는 절친으로 계속 남아 있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세계관과 신앙 같은 가치와 정신의 영역에 공통점이 있느냐 없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우정의 요소가 아닌가 한다.”

 

그러면 좋은 친구란 어떤 친구인가? “이 할아비가 생각하는 좋은 친구란 무엇보다 교양이 있는 친구다. 교양이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태도이며, 자신에게 정직하고 책임을 다하는 자세이자, 힘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고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을 말한다. 겉보기에 외적인 조건을 잘 갖춘 사람보다는 내적인 품성과 교양을 갖춘 사람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좋은 우정의 예로 백아와 종자기의 고사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다음과 같이 따듯한 조언을 주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외딴 섬처럼 저 홀로 살아갈 수 없다. 너희가 학교생활을 통해 무수히 많은 또래들을 만나지만, 그렇다고 모든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관계가 될 수는 없다. 참된 우정은 인생의 비타민과 같아서 앞으로 너희들이 살아가는 동안 힘들고 지칠 때마다 용기와 위로를 얻게 해줄 거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속마음을 알아차리는 지음의 친구를 꼭 만나기 바란다. 또 너희 자신이 먼저 그런 친구로 성장해 가기 바란다.”

 

  2장에서는 진로 문제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진로를 꼭 정해야 하나요? 여기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요즘 너희들을 보면 일찍부터 적성 검사다 진로 교육이다 해서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 어떤 직업을 가질지 다들 선택하고 결정하는 모양이더구나. 그러다가 청소년기에 자기 진로를 정하지 못하거나 꿈을 갖지 못한 친구들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인 양 여겨지기 십상이겠더라. 그런데 청소년기의 꿈이라는 것 시시각각 바뀌는 법이다. 누구보다 내가 그랬다. 너무 일찍부터 삶의 목표를 정하고 오랫동안 그 목표에 매달리고 몰두하면 자칫 삶을 가난하게 만들 수 있다. 너희들만 한 시기에는 이것도 생각하고 저것도 관심을 가져 보는 게 좋다.” 그러면서 거창고등학교 직업 선택 10계명을 소개한다.

 

 

 

거창고 직업 선택 10계명

 

1계명.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계명.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계명.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으로 택하라.

4계명.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계명.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로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계명. 장래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계명. 사회적 존경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계명.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계명. 부모나 아내가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계명.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세상 모든 사람들이 탐내고 욕심내는 것을 따라가겠다면서 그걸 꿈이라고 말하는 건 참 서글픈 일이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건 꿈이 아니다. 그건 모든 인간이 원하는 것으로, 동물적인 본능에 충실한 삶일 뿐이다. 돈을 벌어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나 돈이 없어 학업을 못 이어 가는 학생들을 돕겠다는 게 꿈이다.”

  그러면 어떤 꿈을 가져야 하는가? 고상한 야망을 가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꿈을 얘기할 때 흔히 인용하는 유명한 말이 있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이 말은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라는 미국인이 자신의 제자들에게 한 말이다. 독실한 그리스도인인 그가 일본인 제자들에게 남긴 말인데 문제는 그가 제자들에게 어떤 야망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전한 그 뒷말이 거의 소개 되지 않았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그의 말이 본래 뜻과 달리 개인적인 야망을 부추긴 것처럼 되어 버렸다. 그가 남긴 본디 말은 이렇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돈이나 이기적인 성취를 위한 야망이 아닌, 사람들이 명성이라 부르는 헛된 것을 위한 야망이 아닌, 인간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하는 모든 것에 도달하기 위한 야망을 가져라.”

 

우리 10대들이 내가 앞에서 말한 그런 꿈을 가지면 좋겠다. 비현실적이라 해도 문제될 게 없다. 물론 장래에 어떤 직업, 어떤 지위에 오르고 싶다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도 좋다. 그 소망의 궁극적인 목적이 나의 욕망 충족이 아니라 사회에 공헌하고 이익을 끼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좋다. 그러니 세상 사람들이 몰려가는 세속적 야심에 휩쓸려 가지 말고 고상한 야심을 가져라.”

 

  3장에서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가? 라는 주제로 이야기한다. 저자는 먼저 약자들에게 관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고통 받는 약자가 없는 나라가 없다. 장애인, 고아 등 이들은 말 그대로 약자인 탓에 눈에 보이지 않는 그늘에 가려진 채 살아가기 십상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들의 현실에 눈을 뜨고 이들의 고통을 줄이는 일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래야 하는 걸까? 여러 근거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거다. 이는 당위이자 보편적 원칙이다. 과거에는 인간의 고통이 자연에 의해 닥쳐오거나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에게서 비롯되는 고통이 더 많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이 다 함께 책임을 나누어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통 총량 불변의 법칙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어떤 사람이 고통을 당하면 반대로 다른 누군가가 이익을 본다는 뜻이다.”

 

 

  저자는 자신이 사회운동 경험들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이들의 고통이 줄어드는 게 우리의 이익이 된다고 이야기하면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조언한다. “너희들 시기에 약자를 배려하고 그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작은 관심, 작은 노력 하나라도 실천해 나가는 일이 참 어렵다는 것 잘 안다. 그래도 그게 옳고 중요한 일이니 강조하지 않을 수 없구나. 철저하게 자기 앞일만 챙기려는 사람은 결국 자기 앞가림도 못 하게 된다. 그건 참 바보 같은 짓이다. 결국에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도와야 나도 득을 본다. 얄미운 이기주의자는 누구에게나 얄미운 사람이 되어서 결과적으로는 잘 되지 못한다. 조금 손해 보는 것이 결국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함께 모두가 잘 사는 것, 그게 진정 나도 잘 수 있는 길이다.”

 

  4장은 세상은 이렇게 말해요이다. 세상 사람들은 부자가 되라고 하고, 정직하면 손해 본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신앙이 없어도 불편해 하지 않냐? 는 청소년들의 물음에 답을 주고 있다. “너희들 가운데 이런 질문을 품고 있는 친구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는 데 신앙이 꼭 필요한 건가요?’ ‘신앙생활을 하게 되면 종교적 가르침을 지켜야 하고 또 거기에 얽매여 살아가게 되지 않나요?’ 물론 신앙생활을 한다는 건 어떤 규범을 지켜야 하는 거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며 또 거기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또 그걸 고리타분하게 여긴다면 신앙의 가치를 잘못 평가하는 거란다. 신앙은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고 우월한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에 유익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 누구의 삶에도 유익이 될 수밖에 없다. 신앙이란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어떤 규범에 얽매이는 게 결코 아니다.”

 

 

  저자는 자신이 기독교인이 되게 된 배경과 가족들 이야기 그리고 신앙의 체험들을 이야기하면서 조근조근 기독교를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내가 교회에 안 다니고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인간적으로도 수준 낮고 불행한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 하여 팔십 여년을 산 내 경험으로 얘기하자면, 누구든 신앙을 가지고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살기 위해 노력해 보라고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 굉장히 행복하고 감사한 인생을 살았다고 여기는 남은 날이 길지 않는 노인의 가슴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손봉호 교수님의 이 책을 추천합니다. 가족 가운데 10대 청소년이 있다면,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모든 어른이라면 이 책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청소년기라는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인생의 정도를 알아 걸어 갈 수 있다면 그것보다 소중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여기 평생 성실하게 진리의 편에서 살아온 노교수의 경험어린 인생 권면은 세대를 뛰어넘어 청소년들의 가슴에 깊게 새겨질 것입니다.

손봉호 교수님의 글을 늘 그러하듯이 쉽고 재밌고 진리를 아는 깊이가 있습니다. 읽고 나면 배우고 깨닫고 도전받는 열다섯 편의 질문과 답이 이 책에 들어 있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읽어보시길 적극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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